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400여 년에 불과했지만 당시의 철학은 동아시아를 2000년 넘게 장악하고 있다. 공원국 작가가 수개월간 중국을 돌아다니며 모은 사료 연구의 결과물인 '춘추전국이야기' 시리즈의 8번째 책이 새로 나왔다.
공 작가는 한국과 중국이 정치·경제적으로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중국을 너무 모른다는 점을 지적한다. 최근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중국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이전까지 학계에서는 중국을 알려는 노력이 부족했고 연구도 1차원적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현재 영토와 철학적 기반을 보면, 중국의 역사는 춘추전국시대 때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열국지와 같은 소설만 나왔을 뿐, 고대의 행정과 경제·군사제도를 다룬 책은 없었습니다."
공 작가는 앞으로 더욱 커질 중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입지와 그런 중국의 국가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는 고대 중국을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 중국 시스템과 제도의 기틀을 마련한 제나라의 관중
공 작가는 춘추전국시대의 시스템을 구축한 인물로 '관포지교'의 주인공이자 제나라의 재상이었던 관중을 꼽는다. 관중은 고대 중국의 경제시스템과 군사·행정제도, 사회시스템, 국제질서를 모두 디자인해, 중국 정부가 인류 최초의 경제학자로 꼽은 인물이기도 하다.
공 작가는 관중이 "생산 증대를 위한 집적효과와 분업, 시장경제, 자유무역의 개념을 첫 도입하고 시스템화했으며, 이를 통한 국부 창출을 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관중은 클러스터 개념의 생산지를 구성하고, 기술혁신을 이끌기 위해 농노제를 폐지하고, 세제개혁을 통해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등 혁신적인 경제정책을 내놨다.
또한 관세를 낮춰 재화의 유통 속도를 늘려 경제를 활성화하고, 소금을 이용해 국제질서를 개편하기도 했다. 이를 기반으로 제나라는 당시 중국 최대의 상업국가로 부상하여 쌓은 막대한 부와 군사력을 바탕으로 춘추전국의 주도권을 쥐었다.
◈ 춘추전국시대로 보는 현대 국제사회
이처럼 춘추전국시대의 시스템과 제도가 현대 사회의 시스템과 제도와 흡사한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민족을 융합한 국가인 중국은 그 사고나 제도가 다층적이기 때문에, 중국 사회가 움직이는 매커니즘과 시스템을 알고 싶다면 춘추전국시대를 연구해야 한다.
춘추전국시대를 아는 것은 중국을 이해하는데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국제사회를 춘추전국시대에 대입하면 우리나라는 정나라에 빗댈 수 있다는 것이 공 작가의 평가다. 정나라는 진나라의 변방국가로 취급됐으며, 제나라와 위나라 등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외교력을 이용해 생존을 꾀한 나라다.
우리나라가 어떻게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을 것인가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작지만 중원에 있었고 외교를 펼치며 자기만의 위치를 지켜갔던 정나라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보는 눈을 더 넓히고 싶다면 공원국 작가의 '춘추전국이야기' 시리즈를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