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길거리 간식도 유행을 탄다. 떡볶이·어묵·순대 등 40년 이상 건재한 간식이 있는 반면, 감자핫도그, 계란오방떡, 미니피자, 과일잔치 등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메뉴도 수두룩하다. 올 여름 대표 길거리 간식으로는 통오징어 튀김이 뜨고 있다.
오징어에 튀김옷을 입힌 후 양념을 뿌려 기름에 튀겨낸 통오징어 튀김은 개당 6000~8000원 정도 한다. 오징어 모양이 살아있는데다가 포장지에 담아 놓으면 꽃다발 같은 모양이어서 젊은층 사이에서 '오징어 꽃다발'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 대만에서 건너온 통오징어 튀김
통오징어 튀김의 원조는 ㈜안파크라는 외식업체다. 회사 개발실 셰프들이 대만 단수이(淡水)에서 현지 유명 간식 메뉴인 대왕오징어 튀김을 찾아낸 것이다. 국내에 이 간식을 들여오면서 10여 가지 양념을 개발하고, 두 개의 대나무 꼬지를 꽂아 모양을 내고, 꽃다발 모양의 포장지도 디자인하며 1년 가까이 투자 과정을 거쳤다.
오짱은 지난해 4월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에서 처음 선보였다. 개점 초기부터 인기몰이를 하여 지금도 전국 대부분의 매장에서는 주말이면 20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단다. 오짱은 프랜차이즈 형태로 전국에 46곳의 매장이 있다.
부산에선은 맥주와 함께 오징어 튀김 안주를 내놓는 '오짱 펍'을 개설했고, 맥주와 잘 어울린다는 뜻의 '오맥'이라는 신조어도 탄생시켰다. 인천 월미도 유원지의 분식점에서도 꽃오짱은 하루 평균 40~50개, 주말에는 300개 이상 팔리는 최고 효자 메뉴다.
▒ 오징어 전문 브랜드만 20여개
자연스럽게 '오짱'은 통오징어 튀김을 가리키는 일반명사가 됐다. 이제는 '꽃오짱' '오짱킹' '오찡' '왕관 쓴 오징어' '오통' '통짱' 같은 후속 브랜드도 등장해 오징어 전문 브랜드만 20여개에 이른다.
오징어 전문 브랜드의 상품은 비슷하지만 주력 유통 경로는 약간 다르다. '오짱'은 주로 백화점 푸드코트를, '왕관 쓴 오징어'는 주로 대형마트나 분식점을 공략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매달 50만~70만 마리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 SNS를 등에 업은 글로벌 간식
이처럼 외국에서 국내로 들여온 간식이 유행하며 길거리 간식도 '글로벌 바람'을 타고 있다. 터키의 케밥, 스페인의 츄러스 등이 거리를 점령한데 이어 통오징어 튀김도 대만에서 건너온 것이다.
여기에는 SNS의 힘이 크다. 통오징어 튀김도 독특한 모양 때문에 SNS에서 소문이 퍼졌다.오짱만 해도 네이버 블로그에 자발적으로 올라온 게시물이 24만여 건, 인스타그램 사진이 1만5000여 건에 이른다. 이제는 길거리 음식도 콘텐츠로 성공하는 시대가 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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