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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소설가 박민규의 대표작인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낮잠'이 표절!?

'신경숙 표절사태'로 인해 국내 인기 작가를 둘러싼 표절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번에는 소설가 박민규 씨의 데뷔작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단편 <낮잠>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저 우연의 일치인 것일까, 아니면 정말 의도된 표절일까?



박민규



박민규는 2000년대 문단과 대중을 사로잡은 소설가다. 데뷔작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한겨레문학상' 역대 수상작 가운데 가장 많이 팔렸으며, 장편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핑퐁> <더블> 등으로 신동엽창작상, 이상·이효석·황순원 문학상도 수상했다. 최근에는 소설집 <카스테라>가 일본번역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낮잠>과 <황혼유성군>의 닮은꼴


표절 논란에 휩싸인 단편 <낮잠>은 일부 평론가로부터 일본 만화작가 히로카네 겐시의 <황혼유성군> 17권 내용을 표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만화와 소설이라는 장르적 차이로 문장 표절은 불가능하지만, 아이디어 표절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낮잠 황혼유성군



주인공이 큰 키에 엘리트 출신의 남성이라는 점, 아내는 지병으로 사망하여 홀로 고향에 있는 요양원에 오게 된다는 점, 그곳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첫사랑을 만나게 되고, 어릴 적 친구(오줌싸개와 요실금의 유사성)도 만나게 된다는 점 등이 두 작품의 공통점이다. 세부적인 부분에서 여러 대목이 유사하여 표절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있다.


두 작품은 초반의 서사 구성에서 일정 부분 유사하지만, 후반부의 구성에서는 차이가 발견된다. <황혼유성군>에서 주인공은 첫사랑을 잊고 진정한 사랑인 테이를 만나 행복해지는 반면, <낮잠>의 주인공은 첫사랑과 결혼하고 행복해진다. 



황혼유성군

<황혼유성군> 中


일부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들 역시 특정 작품의 표절 여부는 구체적인 사실과 증거를 종합하여 검토해봐야하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만 보자면 표절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도 표절 의혹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하 '삼미')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민규 씨는 <삼미>를 출간할 당시 작가의 말에서 인터넷 글 '거꾸로 보는 한국야구사'(이하 '거꾸로')의 저자 '한재영'을 언급하며 감사를 표했다. 저작 허락을 구하거나 출처 표시를 하지 않고 '감사'운운의 말을 한 것에 대해 출처 인용에 대한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거꾸로>는 80년 대 프로야구 초창기 시절 몇 년간 존재했던 구단 '삼미 슈퍼스타즈'를 추억하는 옛 팬 한재영 씨가 인터넷의 한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동일한 역사 사실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라 표절 주장을 입증하기는 어려우나, 문체와 시각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윤리적 차원에서 비판받을 가능성이 높다.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글을 쓰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럴 경우 출처를 밝히지 않는다면 표절이라고 볼 수 있다. 법적 공방을 치르기 전에 작가들의 윤리 의식을 성찰하는 것이 우선되어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