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백주부, 백선생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십수 년 동안 대표로 불렸고 사장이라고 안 부르면 막 뭐라고 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친근한 표현이 더 좋네요.” 백종원 더본 코리아 대표는 요리연구가이자 방송인으로서 주가를 톡톡히 올리고 있다.
쿡방 열풍의 중심에 서 있는 백종원(49) 대표는 전문적인 조리사 자격증도 없고 화려한 경력을 쌓은 셰프도 아니지만 지금 요리에 있어서 만큼은 대한민국 최고의 영향력을 자랑한다.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 겉치레 없고 실용적인 조리법, 푸근하고 따뜻한 화술이 빚어낸 결과다.
그가 출연하는 tvN <집밥 백선생>, 올리브TV의 <한식대첩3>은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했고, 처음에 파일럿(시험) 프로그램으로 출발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자리를 잡는데도 백종원의 쿡방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 지금 방송가에서는 ‘백종원 모시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에 띠동갑이 넘는 연하의 탤런트 소유진과 결혼한 외식사업가라는 세간의 따가운 시선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내보다 더한 유명세를 치른다. “OO했쥬?”라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 유행어도 탄생시켰다.
“제가 나쁜 사람은 결코 아닌데 주방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입이 거칠고 깔끔한 편이 아니에요. 혼잣말로 욕을 구시렁거리기도 하는데 이제는 표정 관리를 해야 돼서 힘들 때도 있어요. 1년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지금은 어딜 가도 알아보니까요.”
▒ 사람들이 백종원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백종원에게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값싼 재료로 밖에서 먹는 것처럼 맛을 내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란다. 1993년 논현동에 연 원조쌈밥집을 시작으로 본가, 한신포차, 새마을식당, 홍콩반점, 역전우동 등의 프랜차이즈 음식점으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은 그의 요리비법은 시청자들을 솔깃하게 만들었다.
물론 버터와 소금, 설탕을 듬뿍 쓰는 그의 조리법은 웰빙에 기반한 ‘집밥’이 아니라 ‘식당밥’에 가깝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는 “음식을 잘하는 대다수 가정주부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음식과는 아예 담을 쌓은 분들, 예를 들어 자취생처럼 혼자 사는 분들을 위한 요리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선보인 만능 간장은 싱글족뿐만 아니라 가정주부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 양념을 많이 쓰는 백종원만의 원칙
때문에 그가 소개하는 음식에는 돈까스·치킨·콩나물국밥·열무국수·닭갈비 등 서민 음식이 유독 많다. 그가 유독 양념을 많이 쓰는 데도 그만의 원칙이 있었다.
“요리의 기본은 얼마나 간을 잘 맞추냐에 달려있죠. 금에 가장 가깝게 가야 하는데 저는 대충 근처에 갖다놓느니 아예 금을 밟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금을 넘어가면 자신의 입맛에 맞게 조절하면서 간을 맞출 수 있죠.”
그는 또 “제 요리법에 대해 육상 선수(셰프, 평론가)들이 욕을 하는데 욕먹어도 할 수 없다. 순기능적인 부분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음식 칼럼니스트는 “백종원의 음식은 외식 레시피에 근거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단맛과 짠맛의 밸런스만 맞으면 맛있다고 생각한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저도 평소 그분의 글을 좋아합니다. 원자재, 식자재에 대한 글을 주로 쓰시는데 저를 디스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글에 대한 해석은 다를 수 있으니까요. 저처럼 요리사 출신이 아닌 사람이 방송에서 떠든 모습이 정통성이 없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처럼 쉬운 레시피를 알려주는 제2, 3의 백종원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집밥 : 함께 사는 사람들이 정을 나누는 것
이쯤에서 아내 소유진의 요리 실력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아내는 요리를 잘한다”고 추켜세운다. “국수, 부침류를 특히 잘해요. 호박전도 잘하고 잔치국수도 일품이죠. 그런데 솔직히 무침이나 볶음은 조금 부족해요. 무침류는 아무래도 손맛이라 좀 어렵잖아요.”(웃음)
그가 생각하는 집밥은 함께 사는 사람들이 정을 나누는 것이다. 그렇다면 천하의 백종원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먹는 음식은 뭘까.
“라면이요. 제가 집에서 되게 잘 차려먹는 줄 아시는데, 의외로 라면이 제일 많이 먹는 음식 중 하나에요. 이렇게 말하면 다들 잘 안 믿더라고.(웃음) 저는 음식을 만드는 것도 좋아하지만 밖에서 사먹는 것도 좋아해요. 물론 반겨주시는 식당 주인도 있지만 ‘저 사람이 여길 왜 왔을까’라며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시는 분도 많아요. 그래서 대체로 맛있는 표정으로 먹고 나오죠. 방송을 그만둘 수도 없고 딜레마예요.”
평소 낯가림이 심하다는 그는 방송 출연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음식과 관련된 예능프로그램만 나간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는 궁극적으로 외국처럼 한국도 외식산업이 발전해 음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더불어 현재 예덕학원 이사장이기도 한 그는 한식조리학교를 만들겠다는 꿈도 갖고 있다.
“예덕학원에 있는 예화여자고등학교를 조리학교로 만들 계획이 있습니다. 지금 중국이나 동남아에는 한식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거든요. 그래서 해외연수 기회도 부여하면서 한식 조리 인력을 제대로 키워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