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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글로벌 문화전쟁, CJ의 선전포고

'2020년 글로벌 톱텐 문화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다!' CJ는 글로벌 문화콘텐츠 전쟁에 뛰어들 것이라 선전포고했다. 이미 1995년, 드림웍스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해 문화기업으로 탈바꿈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사람들의 기대가 높아졌다. CJ 주식회사 이채욱 대표이사의 포부를 들어보자.


CJ주식회사


1995년 3월 이재현 당시 제일제당 상무(현 CJ그룹 회장)는 LA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 월트디즈니 만화영화를 총지휘했던 제프리 카젠버그, 음반업계의 거장 데이비드 게펜이 공동 설립한 ‘드림웍스SKG’의 투자 계약을 위한 해외 출장이었다. 협상을 앞두고 이 상무는 비장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문화야. 그게 우리의 미래야.”


그는 이 자리에서 ‘문화산업’에 대한 꿈을 펼쳐 보였다.


“단순히 영화 유통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멀티플렉스도 짓고, 영화도 직접 만들고, 음악도 하고, 케이블채널도 만들 거야. 아시아의 할리우드가 되자는 거지.”


그로부터 20년이 지나고 이재현 회장의 꿈은 단지 바람에 그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한다. 오늘의 제일제당(CJ)은 식품 기업이 아니라 문화기업으로 더 친숙하다. 제일제당은 당시 3억 달러를 투자해 드림웍스SKG의 대주주로 참여했다. 제일제당 연매출의 20%가 넘는 큰 모험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제일제당을 문화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계기가 됐다.


▒ 20년 만에 문화 콘텐트 1위 기업으로 ‘우뚝’


1998년 4월, 국내 최초로 멀티플렉스 상영관 시대를 연 CGV는 7년 만에 국내 127개, 해외 40여 개 상영관을 가진 최대 복합상영관을 일구어냈다. CJ엔터테인먼트는 영화 제작·배급사로 업계를 선도하고 있고, CJ E&M은 독보적인 유선방송 사업자로 지상파를 뛰어넘는 콘텐트를 자랑하며 한류열풍의 첨병이 되어 세계시장을 개척한다. 특히 CJ E&M 산하 음악전문채널인 엠넷(Mnet)을 통해 방영한 ‘슈퍼스타K’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초가 됐고, 글로벌 한류열풍을 불러온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CJ주식회사2

▎이채욱 CJ주식회사 대표이사가 지난 9월 2일 열린 미디어세미나에서 ‘2020 문화사업 비전 및 글로벌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전 세계인이 매년 두세 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월 한두 번씩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한두 편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매일 한두 곡의 한국 음악을 들으며 일상 생활에서 한국 문화를 마음껏 즐기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1995년부터 품어왔던 이 회장의 꿈이다.


이 회장의 이런 비전이 두 번째 도약대에 오른다. CJ는 2020년에 문화사업부문 글로벌 톱텐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9월 2일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에서 열린 ‘미디어 세미나’에서 발표한 2020 문화사업 비전 및 글로벌 전략에서다. 이 자리에서 이채욱 CJ주식회사 대표는 “CJ의 문화사업 분야 매출을 2020년까지 15조6천억원으로 끌어올리겠다”며 “문화산업이 한국경제를 먹여 살릴 차세대 핵심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CJ가 중추적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화사업 계열사인 CJ E&M, CGV, 헬로비전의 지난해 매출은 3조6천억원이었다. 현재 세계 1위 문화기업인 컴캐스트의 2020년 매출 전망치는 87조5천억원, 2위 월트디즈니는 69조2천억원 수준이다.


CJ는 공격적인 해외진출로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현재 한국, 미국,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6개국에 보유한 1637개 스크린을 2020년까지 12개국 1만여 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CGV의 전체 스크린의 80%와 매출의 65%가 해외에서 창출된다. 또 현재 연간 1억3천만 명인 CGV 관람객은 7억 명(세계 영화 관람객의 8%)으로 다섯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CJ E&M은 종합 콘텐트 기업으로 육성한다. 중국·동남아 현지에서 합작영화 제작과 보급을 확대해 외국인들에게 친근한 콘텐트를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는 전략이다. 현재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4개국에서 현지 합작으로 제작·배급하는 영화는 연간 8편으로 영화사업 전체 매출액의 15% 수준이다. 이를 2020년까지 6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결국 영화 제작 및 배급, 상영의 전 과정에서 해외 매출 비중을 국내보다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방송사업 부문에서도 해외 미디어파트너와 합작을 통해 다양한 콘텐트 개발과 음악 및 공연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최근 문화산업의 트렌드인 ‘원소스 멀티유즈’ 진출을 적극적으로 타진한다. 이런 계획이 실현되면 2020년 CJ E&M의 글로벌 매출 비중은 현재 8.5%에서 43%로 크게 늘어난다.


이렇게 CJ가 문화산업에 공을 들이는 건 CJ가 문화콘텐트기업으로서 국내 독보적인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기업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CJ 관계자는 “한국의 문화산업을 이끌 전문 대기업 육성이 시급하다는 경영진의 판단과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도 문화산업의 관심과 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수출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육성과 산업 고도화를 통한 안정적 성장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8월 제4차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 회의에서 “강력하고 실력 있는 전파력, 공신력, 영향력을 갖춘 신형 미디어그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화산업 비전의 도구로 대형 문화전문대기업 육성을 택한 것이다.


▒ 세계는 지금 문화콘텐트 전쟁 중


중국의 공격적인 전략이 현실화되면 세계 문화산업의 패권은 수년 안에 미국과 중국의 양강 구도로 재편되리라는 예측이다. 미국은 디즈니, ESPN, 픽사, 마블 등 글로벌 브랜드를 통해 2013년 기준 49조3천억원의 매출과 10조5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세계 문화콘텐트 시장을 견인해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문화산업화를 이룬 나라는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과 일본 정도를 꼽는다. 둘 다 수직·수평계열화를 이룬 문화 대기업이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문화산업이 초기 투자비용이 크고 콘텐트에 따라 성공과 실패를 넘나드는 등 수요 예측이 어려운 대표적인 하이리스크-하이리턴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거의 모든 글로벌 문화기업들은 수직계열화, 수평다각화, 글로벌화를 주요 전략으로 삼는다.


CJ 관계자는 “문화산업은 대규모 투자를 감수하고, 글로벌화를 추진하며, 유통 파워를 지속적으로 확대한 능력이 있는 전문 대기업의 유무에 따라 산업 전체의 외연과 부가가치 크기가 달라진다”며 “국내에서 20년간 문화산업 부문에서 독보적인 경영 노하우와 콘텐트를 보유한 CJ야말로 글로벌 문화전문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선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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