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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이케아 국내 입점 1년, 변화한 국내 가구업계

2014년 12월에 세계 최대 규모로 문을 연 이케아 광명점은 개점 직후 첫 번째 주말에는 오전 11시가 되기도 전에 최대 수용인원인 5600명의 인파가 쇼룸(Show Room)을 가득 채워 화제가 됐다. 한국에 이케아 신드롬을 일으킨지 1년, 이케아가 만든 변화를 알아보았다.


전 세계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사랑받는 이케아의 한국시장 진출 과정은 ‘교통대란’, ‘상생 불통’, ‘국내 가격차별’ 등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케아의 한 관계자는 “여러 논란이 수없이 재생산되면서 가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이케아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가구도 특별하지만 마케팅 방법도 특이하다. 이케아의 콘셉트는 ‘단순한 가구’가 아닌 ‘라이프 스타일’을 판다는 것이다. 덕분에 결혼 시즌이나 이사철에 집중됐던 가구 소비패턴은 이케아 진출 1년 만에 180도 바뀌었다는 평가다.


이케아


▒ '이케아 스타일'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케아 진출 1년 동안 매장을 찾은 누적 방문객 수는 1천만 명에 이른다. 한 통계에 따르면 이케아 광명점 고객 중 70%가 물건을 사지 않고 구경만 하는 ‘윈도쇼핑(Window-Shopping)’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쇼핑몰의 가수요 고객이 30~40%에 머무르는 점을 감안하면 지갑을 여는 고객은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이케아의 매력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인터넷쇼핑몰의 발달로 손쉽게 가구를 구입하는 시대가 됐지만 가구를 구매할 땐 여전히 많은 고려를 해야 한다. 가구 매장을 둘러보고 심사숙고한 끝에 고가 가구를 구매하는 전통적인 구매패턴에서 벗어나 소소한 생활소품 하나라도 직접 구매하는 습관이 ‘이케아’의 등장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이케아가 내세우는 것은 ‘박리다매(薄利多賣)’다. 값비싼 가구를 지양한다. 유학생들이 해외에서 짧은 기간 사용하고 버릴 가구를 구매할 때 주저 없이 이케아 매장을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담 없이 사용하고 고민 없이 쓰다 버린다.


이케아 광명


이케아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10개 가정용 가구 제품 중 9개가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개국의 평균 가격보다 비싼 것으로 밝혀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이케아를 찾는다. 마음에 드는 물건의 제품명과 제품번호를 메모해야 하는 수고로움은 낯선 경험으로 대체된다. 직접 가구를 조립해야 하는 불편함은 DIY(Do-It-Yourself) 열풍을 일으켰다.


이케아는 또 점차 음식사업을 확대해 매장을 찾는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최근에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해 전 세계 매장에서 ‘베지 볼’을 판매한다. 이케아 음식사업부의 관리이사인 미카엘 라 쿠르는 “우리의 목표는 우리 가게에 더 많은 사람이 방문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베지 볼은 우리 고객에게 더 많은 음식 선택권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케아는 여세를 몰아 2016년 초 국내 2호점인 이케아 ‘고양점’의 착공에 들어간다. 2018년에는 서울 강동구 고덕 상업업무복합단지에도 이케아 매장을 신설하는 등 2020년까지 점포를 4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 국내 가구업체도 덩달아 '콧노래'


한국가구산업협회에 따르면 부동산 경기침체, 내수불황 등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면서 2013년 연 8조원 규모로 줄었던 국내 가구시장은, 2015년 말까지는 2009년 수준인 10조원대를 회복할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해 2조5천억원 규모였던 소품 분야도 이케아 효과에 힘입어 대폭 시장이 커질 전망이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이케아 덕분에 생활소품 등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업체들이 앞다퉈 생활소품 전문 브랜드를 출시하고 있다”며 “당분간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케아 1호점이 시작된 광명에는 까사미아 가구와 소품으로 가득한 비즈니스호텔도 짓는다. 호텔 방을 쇼룸처럼 꾸며 고객들이 자사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2011년 4월 압구정 직영매장 옆에 비즈니스호텔 ‘라까사’를 세운 바 있다.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자재 업체도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KCC가 대표적이다. KCC는 인테리어 브랜드 ‘홈씨씨인테리어’ 매장을 2015년에만 7개 열었다. 2015년 8월 서울 서초동 KCC 본사 1층에 개장한 ‘홈씨씨 인테리어’ 1호점은 주부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대구달서점을 열어 포항, 창원, 마산 지역 고객까지 공략했다.


국내 가구업계


▒ 반발했던 '가구거리'도 생존전략 모색


하지만 이케아 매장이 들어선 광명시의 가구업체들은 여전히 볼멘소리를 한다. “이케아보다 비싸네요?” 광명가구거리에 위치한 소규모 가구업체들은 하루에도 이런 얘기를 수시로 듣는다고 한다. 이케아의 한국시장 진출로 경기도 광명지역 가구점 상인 2명 중 1명은 매출이 줄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게를 접고 다른 일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 가구업체 사장은 “가구 품질이나 무료 배송·설치·애프터서비스 등에 드는 비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이케아가 싸다고 예약을 취소하거나 매장을 방문해서도 이케아와 단순 비교하는 손님이 많다”고 말한다.


영세업체들은 머리를 맞대고 생존의 문제를 고민한다. 인천의 한 가구매장은 복잡한 유통과정을 없애고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직거래’ 방식을 채택해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한다. 가구생산업체 100여 곳이 ‘소비자공동가구협동조합’을 꾸려 중간 마진을 생략한 것이 비결이다.


매장 구성을 바꾸거나, 온라인 주문을 활성화해 대형 가구 매장이 아니어도 클릭 한 번이면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곳도 있다. 이케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직접 조립의 불편함, 비싼 배송 비용 등을 이용해 마케팅을 펼치는 사례도 늘어간다. 이케아 매장이 국내에 입점한 1년 새 국내 가구업계가 몰라보게 변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