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촌 주민의 식생활에는 ‘거친’ 음식과 기름기 뺀 반찬, 컬러푸드 등이 공통점… 전통적 식습관을 고집하는 노인들은 특별한 비결 없이도 장수 누렸다
100세 시대인 만큼 누구나 건강하고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같을 거로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촌의 식탁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 중 일본 오키나와 장수촌의 식생활을 눈여겨볼 만하다. 대장암과 신장암 두 가지 암을 극복하고 장수와 노화에 대해 강의를 하는 홍영재 박사(대한안티에이징협회 회장·산부인과 전문의)는 오키나와 지역 사람들 전통적인 밥상과 세계 장수촌의 식탁에 빠지지 않는 ‘장수 음식’을 살펴보자.
첫째는 콩을 많이 먹는다. 콩을 많이 먹는 일본인의 유방암 발생률은 미국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둘째는 생선과 해조류다. 생선은 단백질·아연·비타민B12 등이 풍부하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서양인에 비해 20배나 많이 생선을 섭취한다.
셋째는 삶은 돼지고기다. 보통 장수를 하려면 고기를 적게 먹어야 한다고 알려졌지만 오키나와 사람들은 삶은 돼지고기를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해 2.5배나 많이 먹는다. 특히 돼지고기를 껍질째 무·다시마 등과 삶아 기름을 쏙 뺀 뒤 냉장고에 넣어 하얀 기름이 생기면 이를 제거하고 먹는다.
넷째는 녹황색 채소와 컬러푸드 과일이다. 오키나와 장수인들은 일본 본토 사람보다 과일과 채소를 1.5배 이상 많이 먹는다. 특히 감귤의 섭취량이 높고 자주색 고구마와 가지를 많이 먹는다. 홍영재 박사는 “보라색을 띄는 고구마와 가지에는 유해 물질을 흡착해 배설시키는 식이섬유와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암세포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 비타민 - 세포 손상 막고, 암 예방에 좋은 효과
세계 3대 장수촌 가운데 하나인 에콰도르 빌카밤바에서는 감자와 레몬을 즐겨 먹는다. 또 지중해 연안과 프랑스 남부에서는 토마토를,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감귤 등 비타민C가 풍부한 식품을 많이 먹는다.
비타민은 체내에서 합성이 되지 않아 식품으로 섭취해야 한다. 면역력을 증강시켜 뼈와 이, 잇몸을 튼튼하게 해주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위장의 점막을 공격할 때 생기는 유해 산소를 차단해 위암 발생률을 낮춘다. 세포 손상을 유발하는 유해 산소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항산화 역할을 한다. 비타민C는 브로콜리, 감귤류, 풋고추, 녹색 채초, 토마토, 감자, 양배추 등에 많이 들어 있다. 비타민E가 풍부한 음식으로는 포도씨유, 올리브유, 검은콩, 땅콩과 아몬드 등이 있다.
▧ 거친 음식 - 무기질과 식이섬유의 보고
덩샤오핑을 비롯해 장수를 누린 중국 지도자들의 장수 비결은 신비한 약재나 음식이 아니라 잡곡밥과 고기를 적게 먹는 식습관에 있다고 알려졌다. 세계 장수촌 사람들도 도정하지 않은 거친 곡물과 감자를 주식으로 먹는다.
현대인들은 부드러운 음식을 좋아하지만 장수를 누리려면 거친 음식을 먹어야 한다.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 등은 모두 곡물의 씨눈과 겨층에 붙어 있는데 이들 성분이 도정기와 제분기를 거치면서 거의 제거된다.
이원종 교수는 “거친 음식은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주지 않고 재배한 야채, 과일, 산나물, 고구마, 보리, 현미, 잡곡, 해조류 등을 말한다”고 말했다. 미국 미네소타대 슬레빈 박사가 2001년 정제하지 않은 거친 음식과 암과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거친 음식을 먹어야 유방암, 위암, 전립선암, 췌장암 등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컬러푸드 - 생리활성 물질 풍부한 자연의 선물
장수 지역으로 잘 알려진 불가리아 로도피 산맥 주변 지역과 프랑스 남부 지역은 겨울이 따뜻하고 여름이 건조해 채소와 과일이 잘 자라는 기후적 특성을 지녔다. 이 때문에 기능성 생리 활성 물질이 풍부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1년 내내 먹을 수 있다.
특히 이런 생리 활성 물질은 색깔이 진한 컬러푸드 채소와 과일에 많이 들어 있다. 플라보노이드라는 항산화 물질은 노화를 방지, 안토시아닌(검은깨, 검은콩, 검은쌀 등의 블랙푸드와 가지, 자두, 블루베리, 적포도 등의 레드푸드)은 면역력을 향상시켜 항암·항균 작용, 이소플라본(검은콩)은 뼈의 형성을 촉진시켜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악성 종양이 비대해지는 것을 막아 유방암과 전립선암에 대한 항암 작용을 한다. 카테킨(녹차와 포도, 감, 매실, 메밀, 모과, 양파 )은 혈중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방지하고 동맥경화나 심장 질환을 예방한다.
카로테노이드(호박, 고구마, 감, 살구, 당근 )는 유전자 손상과 암세포의 원인인 활성 산소를 제거하는 산화제로 폐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등 여러 가지 암을 예방한다. 루테인(케일, 완두콩, 시금치)은 시력을 보호하고, 리코펜(토마토)은 LDL 콜레스테롤이 산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동맥경화를 예방해 전립선암, 위암, 폐암 등의 예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 요구르트 - 대장암 원인인 담즙산 제거에 도움
장수촌이 많은 불가리아 국민들은 요구르트를 즐겨 먹는다. 요구르트에는 살아 있는 유산균이 많이 들어 있다. 유산균은 면역 체계를 강화시키고 위암이나 대장암을 예방해준다. 현대인들은 식이 섬유가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식이 섬유가 부족하면 대변이 장 속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발암물질과 장벽 간의 접촉 시간이 길어져 발암 시간이 커진다.
유산균은 장 속의 부패 세균, 병원균 등의 유해한 균이 못 자라도록 역할을 한다. 액상 요구르트보다는 떠먹는 요구르트에 유산균이 더 많이 들어 있다. 요구르트가 장수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많은 학자의 연구로 증명됐다. 1908년 러시아의 세균학자 메치니코프가 ‘인간의 장수’라는 논문을 내면서 요구르트가 장수 음식으로 주목받았다.
▧ 좋은 기름 - 혈관 건강을 위한 필수 선택
장수인들이 심장병이나 암, 당뇨 등 성인병이 적은 이유는 좋은 기름을 먹기 때문이다. “사람은 혈관과 함께 늙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나이가 들면 혈관에 기름이 끼면서 혈관이 좁아져 동맥경화, 뇌졸중, 심장마비 등의 심장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기름을 적게 섭취하는 게 좋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혈액 속에 지방이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기름 섭취를 줄여야 한다.
지방 성분의 일종인 필수 지방산은 뇌를 발달시키고 신경조직 형성에 필수적이다. 필수 지방산은 우리 몸에서 만들수 없기 때문에 음식으로 섭취해야 한다. 중국의 장수촌인 바마현 사람들은 화마유 등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좋은 기름을 먹는다. 지중해 연안의 장수인도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올리브유를,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일본 오키나와 사람들도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생선 기름을 주로 먹는다.
이원종 교수는 “식용유, 쇼트닝, 마가린 등을 적게 사용하고, 기름을 사용할 때는 올리브유를 쓰는 게 좋다”고 말한다. 올리브유 중에서도 특히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쓰는 게 좋다. 올리브유에는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 E(토코페롤), 페놀, 폴리페놀 등이 많이 들어 있다. 지중해 사람들이 장수하는 이유다. 어쩔 수 없이 식용유를 써야 하다면 재사용은 피해야 한다. 식용유를 반복해서 사용하면 트랜스 지방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무병장수를 원한다면 적절한 운동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세계 장수촌과 우리나라 명문 집안들의 장수 비결 음식을 참고하여 건강한 식습관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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