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L 스타인(72)은 30년 동안이나 십대들을 ‘살해’했다. 물론 소설에서 말이다. 청소년 공포소설의 제왕으로 불리는 스타인은 1990년대 ‘구스범스(Goosebumps)’와 ‘공포의 거리(Fear Street)’ 시리즈 저자로 가장 잘 알려졌다.


J.K 롤링이 ‘해리포터’ 시리즈로 수많은 어린 밀레니엄 세대를 오락 독서의 세계로 이끌었듯이 스타인이 쓴 수많은 시리즈(전성기엔 매달 ‘구스범스’와 ‘공포의 거리’를 1편씩 썼다)는 1990년대의 십대가 소설에 재미를 붙이도록 유인했다.

RL스타인

▎지난 10월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 ‘구스범스’에서 R L 스타인 역을 맡은 배우 잭 블랙이 실제 저자 스타인의 이야기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 후에도 그는 계속 작품을 냈다. 최근엔 ‘공포의 거리’ 시리즈의 6권 리바이벌로 다시 뿌리로 돌아갔다. 그 3탄인 ‘로스트 걸(The Lost Girl)’이 2015년 9월 발표됐다. 2015년 10월엔 그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구스범스’가 나왔다(국내 개봉 2016년 1월 14일).

▎로스트 걸 / R.L 스타인 지음 / 셰인트 마틴스 프레스 펴냄


역설적이지만 전자기기로 청소년의 주의집중 시간이 짧아졌는데도 그들이 읽는 소설은 더 길어졌다. ‘공포의 거리’는 원래 시리즈 1편에 150쪽 안팎이었지만 리바이벌 시리즈에선 250쪽에 가깝다. 또 전부 양장본이다. 스타인으로선 첫 시도다. 그는 “아이들이 두꺼운 책에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서점도 가격을 더 받으려고 그런 책을 원한다. 페이퍼백은 좋아하지 않는다.”


아동·청소년 픽션 장르의 상업적 잠재력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아동·청소년 도서 판매는 2014년 첫 3분기에 전년 대비 22.4% 늘었다. 반면 성인 픽션과 논픽션의 판매는 3.3% 줄었다. 그 장르의 성공은 ‘해리포터’와 ‘트와일라잇’ 시리즈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 시장은 생각보다 넓다. 2012년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소설의 55%를 성인이 구입했다. 스타인은 “성인이 그런 소설을 많이 읽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야기가 단순하기 때문이다. 이런 책은 지나친 점이 없다. 요즘 사람들은 복잡한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그러나 유혈 낭자한 이야기를 읽을 시간은 많다. ‘로스트 걸’에서 말과 꿀을 사용한 첫 살인을 두고 스타인은 “내가 쓴 것 중 가장 소름 끼치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공포의 거리’ 리바이벌로 반 이상향적 미래, 성정체성 혼란을 겪는 뱀파이어, 인류 종말 후의 좀비 등 다른 청소년 장르의 추세를 이용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난 좀비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좀비를 등장시켜 이야기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예를 들어 일반인들 사이에 좀비를 숨겼다가 끝에 가서 ‘몰랐지? 난 좀비야’라고 말하는 이야기는 말이 되지 않는다.”


스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에게 마치 수천 가지 플롯 아이디어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공포의 거리’ 리바이벌을 발표했을 땐 전혀 아이디어 없이 책상에 앉았다고 말했다. 리바이벌할 기회가 없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년 동안 그 시리즈의 부활을 촉구하는 트윗을 받은 그는 여러 출판사에 그 아이디어를 제시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 날 밤 나는 트위터에 ‘팬 여러분의 관심은 참 고맙지만 출판사가 나서지 않는다’고 썼다.” 그러자 바로 10분 뒤 세인트 마틴스 프레스의 편집자 캐트 브르조조스키가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스타인은 “그녀가 ‘공포의 거리’ 리바이벌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고 돌이켰다. “그래서 부활하게 됐다. 트위터 덕분이다.”


어쩌면 브르조조스키의 관심이 연쇄반응을 일으켰는지 모른다. 2015년 10월 스타인과 영화사 20세기 폭스는 ‘공포의 거리’ 소설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를 제작하기로 합의했다. 그런 신나는 전망에도 스타인은 별로 내색하지 않는다. 외부에서 보면 그가 거의 무명에서 1990년대 들어 갑자기 큰 인기를 끌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로서는 뉴욕 맨해튼 어퍼 웨스트 사이드에서 30년 동안 소설을 계속 썼을 뿐이다. 스타인은 ‘공포의 거리’ 오리지널 시리즈에 나오는 살인과 앞으로 나올 새 시리즈의 살인에 관해 이야기할 때가 가장 열정적이다. 그는 “그동안 청소년들을 ‘살해’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게 참 재미있는데 말이다. 모두 그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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