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월간중앙

키스를 담은 멋진 그림 7편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아름다운 키스의 표정은 하나같이 깊은 슬픔, 혹은 미지의 존재를 향한 신비로운 호기심을 담고 있다. 은밀한 감정의 메신저, 입맞춤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들을 만나보자.

 

프란치스코 헤이즈 키스

 

<키스(1859)>, 프란치스코 헤이즈

 

비밀스러운 사랑을 나누는 듯한 두 연인은 이제 막 안타까운 작별의 키스를 나누는 듯 하다. 남자의 한쪽 다리는 계단 위에 살짝 걸쳐져 있는데, 급히 떠나야만 하는 상황에서 차마 그냥 갈 수 없어 그녀에게 입을 맞추는 것 같다. 화려한 비단 드레스를 갖춰 입은 여인의 모습과 대비되는 남성의 모습은 어딘가 불안한 방랑자의 기운을 뿜어낸다.

 

두 사람 사이에 엄청난 신분의 격차가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곧 멀리 떠날 것만 같은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남자를 바라보는 여인의 눈빛은 애절하다. 이루어지기 어렵기에 더욱 절절한 사랑은 안타까운 키스로 형상화된다. 왼쪽 아래 희미하게 보이는 인간의 형상은 이 비밀스러운 사랑이 곧 들킬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암시하고 있다.

 

탑 계단에서의 밀회

 

<탑 계단에서의 밀회(1864)>, 프레드릭 윌리엄 버튼

 

중세 덴마크에서 실제로 있었던 헬레릴과 힐데브란트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은 이 그림은 아일랜드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 중 하나다. 자신의 호위무사 힐데브란트와 사랑에 빠진 힐레릴 공주의 아버지는 이 사실을 알아채고 힐데브란트를 죽이려 한다. 이 장면은 이제 죽음을 앞둔 호위무사가 공주에게 마지막 작별키스를 하는 모습이다.

 

직접 입맞춤을 하지 못하고 그녀의 팔에 키스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을 더욱 가슴 아프게 한다. 연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도 고통스러워 서로의 얼굴조차 쳐다보지 못하는 두 사람. 필사적으로 사랑했으므로 어떤 후회도 없어 보이는 비장한 모습의 남자와는 달리, 공주의 모습은 슬픔으로 무너져 내린다.

 

둥지 콩스탈 몽탈

 

<둥지(1893)>, 콩스탕 몽탈

 

동물과 인간 사이에도 아름다운 입맞춤의 순간이 있다. 이제 세상에 나온 지 며칠 되지 않아 보이는 새끼 새들의 여린 부리를 향해 삐죽이 입술을 내미는 여인의 옆모습은 자연과 인간이 한데 어우러지는 장면을 보여준다. 여인의 알록달록한 옷은 마치 작은 꽃밭을 연상시켜 '인간과 새들'의 키스이기도 하지만, 꽃들과 새들의 키스처럼 보이기도 한다.  

 

콘스탄틴 브랑쿠시

 

<키스2(1908)>, 콘스탄틴 브랑쿠시

 

'코의 위치'는 키스의 장애물이다. 그래서 브랑쿠시의 키스에는 '코 따위는 없어져도 좋다'는 듯, 두 남녀의 코의 흔적이 아예 사라지고 없다. 3차원의 공간에 두 사람의 코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면 저토록 혼연일체가 된, 3차원인데도 불구하고 2차원의 납작한 느낌을 주는 유머러스한 키스의 장면이 연출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사랑 구스타브 클림트

 

<사랑(1895)>, 구스타브 클림트

 

키스보다 더 좋은 유일한 순간은 키스를 나누기 직전이라는 말이 있다. 그가 그녀의 얼굴을 눈부시게 바라보며 그녀를 숨막히게 만드는 순간, 연인들의 감정은 절정에 달한다. 클림트의 <사랑>은 바로 이 순간 최고조로 달아오른 설렘과 열정의 온도와 빚깔을 가득 담았다.

 

주변이 온통 어둠으로 휩싸이고 이 순간에는 오직 두 사람만이 존재하는 듯한 행복한 착시효과. 사실 미소를 띤 에로스도, 그들의 사랑을 질투하는 듯한 악마도 그들을 보고 있지만, 그들의 눈망울에는 오직 서로의 얼굴만이 그득하다.

 

생일 마르크 샤갈

 

<생일(1915)>, 마르크 샤갈

 

샤갈의 그림에 마르지 않는 영감의 원천을 제공해준 영원한 뮤즈, 아내 벨라를 향한 그의 사랑이 듬뿍 담긴 그림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자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그녀와 함께 한다면 그는 무중력의 세계를 둥둥 떠다니는 영혼처럼 자유로워진다. '완전한 행복'의 이상향을 그린 것이다.

 

키스 구스타프 클림트

 

<키스(1908)>, 구스타프 클림트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키스신 중 하나로 꼽히는 걸작으로, 열정의 클라이맥스에 다다른 연인들의 애절한 사랑을 표현한다. 황홀경에 도취된 여인의 표정은 보는 이에 따라 달리 해석이 가능한 키스하는 순간의 거의 모든 감정을 담고 있다.

 

벼랑 끝에서 무릎을 꿇고 서 있는 듯한 아슬아슬한 포즈는 두 연인의 사랑이 결코 순탄치 않음을, 이 장면 뒤에는 비극적인 결과가 기다릴 것만 같은 슬픈 예감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녀의 해맑은 환희의 표정은 이 비극적인 사랑에 어떤 후회도 없어 보인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세상 모든 것이 마법에 걸린 듯 환상적으로 보이는 그런 키스를 꿈꾼다. 키스는 이해할 수 없는 타자의 존재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몸짓이다. 누군가 당신에게 말 없이 키스한다면, 그는 당신의 귀가 아니라 당신의 영혼에 말을 걸고 싶어 하는 것이리라.